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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한권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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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들어와서 접하게 된 새로운 놀이문화라면 역시 당구를 들 수 있겠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청소년기 남자들의 필수 교양-_-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역시 당구다만, 내가 당구에 막 입문하기 시작했을 무렵 - 대충 중 1쯤이었던가 - 과 비슷한 시기에 전국적으로 PC방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있었고 -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이 시기를 중 2로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서울에서 먼저 생기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나보다 -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가고 스타니, 어둠이니 이것저것 폐인 생활에 빠져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 역시 PC방 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뭐 사실 그 당시에는 당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하여간 그래서 대학에 들어와 당구를 치게 되었다. 치면서 고다마 형들한테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욕도 지지리도 많이 들었다. 물리기도 엄청 물렸고. (못 치니까.) 알다시피 당구는 무조건 '물리기' 이다. 지는 쪽이 당구비를 다 내는거다. 내가 당구를 배우던 당시 우리 학교 근처 당구비는 10분당 1200원이었다. 꽤나 비싸다. 1시간을 치면 7200원, 한시간 반 정도 치면 만원이 가볍게 넘는다. 아무래도 처음 배우는 처지이다보니 대부분-_- 물리는 쪽은 나였고, 그렇게 해서 소비해버린 돈이 도대체 얼마인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생활을 하던 곳이 바로 일명 '국문반 제 3 과실' 로 불리기까지 했던 '액션 당구장' 이다. 공강은 물론이요, 수업이 끝난 후나 심지어는 수업을 째고-_-까지, 1학기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거의 액션에서 소비하곤 했다. 그런 식으로 단골이 되다보니 사장 형과도 꽤나 친해지게 되었고, 사장 형과 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실력도 꽤나 향상되었다. (어디까지나 처음 칠 때에 비해서이다.) 1학기 기말고사 기간에는 거의 하루종일, 오후부터 새벽까지 이 곳에서 당구를 쳤고 덕분에 제대로 들어간 시험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학점은 바닥을 치고 돈은 돈대로 날리는 파국적 구성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2학기 들어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학교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당구장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당구비는 10분당 500원까지 떨어졌고 속으로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싼 곳을 찾아서 당구를 쳤다. 2학기 초에 몇 번 간 것을 제외하면, 근 1달이 넘도록 액션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사장 형이 내가 왜 안오냐고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기까지 했을 정도라니. 어제, 그러니까 10월 30일인가. 정말 간만에 액션을 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는 모두 치워져 있고, 어두컴컴하고 텅 빈 공간에서 사장 형이 홀로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들어보니 당구장으로는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폐업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정말 안타까웠고 미안했다. 다이를 치운지 이미 3일 정도가 지났다고 하던데, 그 동안 가지를 않았으니 알 도리가 있나. 같이 당구를 치던 친구들도, 형들도 액션에서 발을 끊은 터라 소식을 듣지도 못했고. 비록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사장 형도 물론 내가 싼 곳을 찾아 다른 곳에서 당구를 쳤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을텐데도, 폐업해서 마음 한 구석이 괴로울텐데도 오히려 웃으면서 나를 맞아주었다. 당구장은 폐업했지만 형은 그래도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이제 PC방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새롭게 오픈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자주 오라고. 가끔 밖에 나가서 같이 당구나 치자고. 그런 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차마 눈을 보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외면하고 있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뭐랄까, 마치 마음의 고향이 하나 없어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달은 차면 기울기 마련이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 Copyneutral ⓒ 2004. 초연한글. No right reserved. 대한민국 외에서도 배포가 가능한 한국어판.
좋은 소재는 보통 그것을 글로 옮길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문득 스쳐감이라. 나중에 그 때의 그 생각을 돌이키려 하면 마치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단지 파문만을 남겼을 뿐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메모를 남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하는거야. ------------------------------------------ Copyneutral ⓒ 2004. 초연한글. No right reserved. 대한민국 외에서도 배포가 가능한 한국어판. 이건 별로 제목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다이어리를 하나 샀다. 다이어리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대충 일정을 정리하고 메모하는 용도의 노트니까 다이어리라고 말해도 별 무리는 없겠지. 고교 시절에는 나름대로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해 왔었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그만큼 할 일이 없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는 전혀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불성실의 소치이려니 하고 넘어가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실된 2004년 1학기의 기억을 되찾을 수는 없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망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기억은 미화되고 사라진다. 정신없던 지난 한 학기의 추억도 언젠가는 사라질테지. 망각의 칼끝을 조금이나마 무디게 하고자 기록이라는 방패를 든다. 문제는 초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 사실 이미 초심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퇴색되었지만, 녹슨 구리 거울을 닦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그 빛을 찾아보련다. 일상을 기록한다.
오늘 처음으로(정확히 말하자면 10월 16일이다) 굴절버스를 타봤다. 버스 두 대가 이어져 있고 가운데 부분이 굴절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지하철처럼 차량 사이에 연결 통로가 설치된 것이 아니라 통째로 뚫어놓은 거라서 안에서 보면 마치 한 대의 버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신형이다보니 꽤나 멋있게 생겼다. 굴절버스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바닥이 낮게 설계되어 있고 안에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바퀴가 있는 쪽에는 바퀴를 중심으로 의자가 서로 등을 돌리고 앉도록 놓여져 있어서 발을 올려놓아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대신 뒷 좌석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뭐 단점이라고까지야 할 수 있겠느냐마는. 최대 140명의 인원이 수용 가능하기 때문에 도심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추정되어 야심차게 도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일단 100번 노선에 한 대, 300번 노선에 한 대 이렇게 두 대가 현재 운행중이라고 한다. (48번에도 한 대 있다고 하는 듯 하더라마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꽤나 희귀한 버스인데도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것을 보면, 나름대로 운이 좋았다고 해도 되려나. 서울에 산 지 어언 10년이 넘어간다. 언뜻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서울이나 지금의 서울이나 그게 그거인 듯 하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둘러보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확실히 변해있다. 10년 전의 서울에는 지하철은 4호선까지밖에 없었으며 여의도 광장ㅡ설마 지금의 여의도 공원을 광장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테지ㅡ이 있었다. 센트럴 시티나 코엑스몰 역시 없었고 학교에는 아직 대운동장이 있었다. 굴절버스 같은건 뭐 생각조차 못했을테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ㅡ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간에ㅡ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느리지만 확실히 변해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변화가 꼭 성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화된 과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냥, 뭐랄까. 새삼스럽게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는 사실이 상기되면 웬지 쓸쓸해진다. ------------------------------------------ Copyneutral ⓒ 2004. 초연한글. No right reserved. 대한민국 외에서도 배포가 가능한 한국어판. 사실 이 날 정말 중요한 것은 굴절버스가 아닌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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